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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만사성형 인재
Name   :   pinkyenglish    (작성일 : 21-08-20 19:41:28 / Hit : 287)

오늘은 예전 세부교민연합신문에 연재했던 칼럼 중 한편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사람이 천재, 수재일 수는 없습니다. 대학 입시 떄까지 대학교에서 원하는 인재(?)가 될 수 없었던 학생들도 충분히 대기만성형 인재로 거듭날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고, 찾아보면 여러가지 좋은 방법들이 있다. 라는 게 글의 핵십입니다.

"포기만 하지 않으면, 길은 반드시 있다"


대기만성

삼국지는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문화적 콘텐츠로 자리매김 하였습니다. "삼국지를 읽지 않은 사람과는 더불어 세상을 논하지 말라"라던지, "삼국지를 세번 읽지 않은 자와 인생을 논하지 말라" 등의 다양한 말과 문장들을 만들어 낼 정도로 삼구지에는 소설의 재미 이상의 무엇인가가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충의의 교훈과 생활의 지혜 등이 소설 속에 진중하게 펼쳐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이 삼국지는 일본의 코에이(KOEI)사에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으로도 개발되어 현재까지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일본의 이런 문화 콘텐츠 활용 능력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습니다.

삼국 시대 위나라 조조의 부하 중에 인품과 재주가 뛰어나고 풍채가 좋아서 조조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았던 최염이라는 장수가 있습니다. 이 최염에게는 최임이라는 사촌 아우가 있었는데 가슴 속에 품은 뜻과 재주는 뛰어났으나, 용모가 받쳐주지 못해서 출세는 커녕 항상 사촌형인 최염의 그늘에 가려져 일가 친척들로부터도 인정을 못 받고 멸시를 당하는 처지에 있었습니다. 최염은 그런 사촌아우가 보기 딱하여 종종 그를 조용히 불러 다음과 같이 격려하곤 하였습니다.

"큰 종이나 큰 솥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법이 없네. 마찬가지로 큰 인물도 대성하기 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리기 마련이야. 내가 보기에 자네도 '대기만성'형이니, 당장의 불우에 낙심하지 말고 자기 역량을 더욱 갈고 닦는데 노력하게나. 그러면 반드시 이 형보다 더 큰 그릇으로 빛을 더하게 될 것이야."

사촌형의 이러한 격려를 마음 속에 깊이 새긴 최임은 더욱더 정진하여, 마침내 재상의 지위에 올라 황제를 측근에서 보필하는 삼공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는데, 이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 바로 대기만성입니다. 노자 41장에 나온 '큰 네모는 모서리가 없고, 큰 그릇은 늦게 만들어진다'라는 말이 이 일화를 통해 늦게 이룬다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고, 현재 나이 들어서 성공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흔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기만성의 적절한 예로, 칸트를 들 수 있습니다. 칸트는 현재까지 위대한 사상가, 철학자로 인정받고 있지만, 대학 졸업 후 15년 동안 시간 강사(한국에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생활을 하고 나서야 정식 교수가 될 수 있었고, 그때 그의 나이는 46살이었습니다. 그 후, 그의 나이 60에 가까웠던, 1781년에 철학의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는 그 유명한 "순수이성비판"을 출판하였으니, 이 고사성어와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예가 아닐까 합니다. 칸트는 1804년 "아!좋다!"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임종시에 이런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니 얼마나 만족스러운 삶을 살았는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 현재에 이 대기만성이라는 말이 어린 나이에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나, 실패나 패배의 쓴 맛을 본 사람들에게 본래의 의미가 아닌 단순히 위로를 주기 위해 종종 쓰여지고 있습니다. 연말연시에 답답한 마음에 운세를 보러 가는 소시민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에 하나도 역시 "대기만성"으로, 나중에 언젠가는(막연하지만) 잘 풀릴 거라는 희망을 주는 덕담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럼 이런 의미의 변질은 어디에서 출발하게 되었을까요? 바로 대기만성형 인재를 육성하기 보다는 신동형 천재를 더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시스템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부유한 환경에서 태어나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가짐으로써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직장에 취업하는 부의 대물림에 교육이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시스템에서 소외된 사라들에게는 대기만성의 꽃을 피울 수 있는 사회적 기회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칸트 처럼 15년 동안의 시간강사 자리를 견딜 수 있는 강사나 연구자들이 얼마나 될까요?

이러한 사회 분위기는 대학 진학과 입시제도에서 출발을 합니다. 즉 대기 만성형 인재 육성에 힘을 쏟기 보다는 자신들의 기준에 맞는 완성된 학생의 유치에만 관심을 쏟는 한국의 대학교들에 일정 이상의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 사람으로서의 평가 및 가지가 단지 3~4년의 시간을 통해 결정 지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삼국지의 고사에 등장하는 최임과 같은 훌륭한 재상이나 칸트와 같은 위대한 사상가나 철학자 같은 대기만성형의 인재들이 자신의 능력과 재능을 꽃피울 자리나 기회를 갖기가 요원하다는 것을 의미 합니다.

호주를 비롯한 서양의 대학들과 한국 대학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보다 "입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졸업이 어렵다."입니다. 한국의 대학생들은 입학이 어려운 반면, 입학 후에는 경제적 사정이나 반수, 재수 등의 다른 이유로 인해 학업을 중단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졸업을 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이헤 반해, 미국 4년제 대학교의 경우에는 재학생 중 6년 내에 졸업할 확율은 53%밖에 되질 않습니다. 이러한 수치는 대학 스스로 학생들에 대한 학문적 육성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성취도에 대한 평가를 얼마나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는 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듯 대학들이 본연의 역할을 다 함에 따라 성공적으로 졸업한 사람은 사회적으로 자신의 학문적 성취와 능력을 인정 받게 됩니다.

이번 한국 출장시, 고등학교 1학년 학생 한 명과 상담을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 학생은 누구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장래 희망을 가지고 있으나 "현재의 성적으로는 어렵다."라는 생각으로 의기소침해 있어, 자칫 자포자기의 단계에 까지 이를 수 있는 상황이였습니다. 롸이팅을 위한 아카데믹 영어에 대한 차분한 준비를 통해 상대적으로 입학의 기회가 더 높은(반면, 졸업은 어려운) 호주 명문대학교를 노려보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소개해주고 상담은 마물 되었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 학생의 한국의 대학들이 원하고 있는 신동형 천재나 완성형 인재는 아닐지라도, 대기만성형 인재로 거듭날 수 있는 자질과 역량은 충분히 가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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