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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히의 법칙과 수확 체감의 법칙

Name : pinkyenglish (작성일 : 22-01-04 15:55:47 / Hit : 216)

한국에서의 "공부"란 단어는 학원(교)에 가서 유명 강사의 수업을 듣거나, 책상에 앉아 열심히 머리 속에 집어 넣는 장면들을 떠오르게 합니다. 열심히 열심히 학원에 다니고 책상에 오래오래 앉아있으면 그만 큼 실력이 향상되는 걸까요? 저번 사교육에 대한 내용을 포스팅 하면서 잠시 언급했었던 일리히의 법칙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진보적인 신학자이자 교육학자인 이반 일리히(1926~202, 12, 2)는 1971년 출판된 "학교 없는 사회"(DeschoolingSociety)라는 책의 저자로 국내에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학교 폐지, 병원 폐지, 더 나아가 복지의 폐지까지 주장하며 "내 삶의 제도와 국가에 맡기지 마라"라고 말하고 있는 거의 사상은 전통적인 학교 옹호자들 뿐만 아니라 급진적 교육 개혁파들로 부터도 격력한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학교'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학교 '제도'를 폐지 하자는 것으로 모든 배움의 열망과 기회와 방법을 독점 하면서 누구나 다녀야 하는 의무가 된 "학교"에 대한 비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교는 배움을 수업과 동일시 하게 만들고 졸업장이라는 증서를 통해 한 개인의 자격이나 능력을 대변하는 것으로 생각하게 만듭니다. 어떤 분야에 있어 일정한 수준에 도달한 사람일지라도 졸업장이 없거나 자격증이 없이 독학을 했다면 비 전문가나 사이비로 낙인찍혀 불신의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일리히는 영혼의 구원을 위해 사제의 권위에 진적으로 복종해야 했던 중세의 교회와 어떤 가치든 '학교'를 통해서만 가능 하며 현세의 물질적 풍요를 약속하고 기대하게 만드는 근대의 학교가 서로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는데, 그의 이러한 주장과 저작들을 한번쯤 진지하게 접해볼 가치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반 일리히는 다양한 저작과 사회 활동뿐만 아니라 그의 이름을 딴 "일리히의 법칙"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일리히의 법칙은, "인간의 활동은 어떤 한계를 넘어서면 효율이 감소하며 나아가서는 역효과를 낸다"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농업 노동의 양을 배로 늘리면 밀의 생산량이 배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 초기 경제학자들의 예측과는 달리, 어느 정도 까지는 노동의 양을 늘리는 만큼 생산량을 증가하지만 어떤 한계를 넘어서면 아무리 노동의 양을 늘려도 생산력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 일리히의 법칙의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법칙은 일반 개개인에게도 적용이 되는데, 1960년대 까지 성행했던 스타하노프운동(Stakhanovskoe dvizhenie- 구 소련에서 노동 생산 능률을 높이기 위한 방책으로 벌인 노동력 착취 운동)의 지지자들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노동자에 대한 압력을 증가시켜야 하며, 앞력을 많이 받으면 받을 수록 노동의 효율이 높아질 거라는 주장에 대해, 실제 결과적으로는 그러한 압력은 어느정도 까지만 효과가 있고 그 한계를 넘어서며 나타나는 추가적인 스트레스는 역효과나 파괴적인 효과를 가져온 다는 사실입니다.

일리히 법칙과 유사한 경제 이론으로는 수확체감의 법칙(law of diminishingreturns)이 있는데, 노동의 양을 늘리면 생산량이 증가하지만, 어떤 한계를 넘어서면 노동의 양을 늘려도 생산량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법칙입니다. 과학 시간에 배웠던 식물의 광합성 작용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산화탄소의 농도나 온도, 빛의 세기의 양이 증가할 때 광합성량이 증가하지만, 일정한 수준이 되면 더 이상 광합성량이 증가하지 않습니다.

결국 공부도 효율적인 시간관리를 통한 투자와 집중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제한된 시간에 최대한 능률을 끌어낼 수 있는 정확하고 효과적인 공부 "방법"에 대한 고민이 푤요한데,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애매모한 기준의 "열심히"가 이에 대한 해답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서구권 교육기관이나 학부모, 학생들이 학습 전략(learning strategies)에 대해 항상 고민하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